버려진 플라스틱 대란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구할 구세주가 등장했다. 한 녹색기업이 나뭇잎 퇴비에서 발견해 개량한 이 효소는 페트병 원재료를 10시간 만에 90%나 분해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는 미생물은 종종 학계에 보고됐지만, 속도와 효과가 월등해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의 중대한 진전이 될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녹색 화학회사 카르비오가 10시간 안에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ㆍ페트)’를 90% 가까이 분해하는 세균성 변종 효소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자연에서 페트병이 분해돼 사라지려면 500년 이상 걸리지만 ‘나뭇잎 퇴비 큐틴분해효소(LLC)’로 명명된 이 효소는 한나절도 안 돼 분해를 거의 다 마친다는 것이다.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분해 후 재활용 가치도 크다. 신문은 “기존 페트병 재활용 기술로는 의류ㆍ카펫 제작에 적합한 플라스틱만 만들 수 있으나 LLC를 이용할 경우 음용이 가능한 ‘식품등급’ 페트병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견 과정을 담은 논문은 전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공개됐다. 카르비오 연구진은 먼저 10만여종의 미생물 후보군 중 페트 분해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몇 개의 효소를 선별했다. 이어 특별히 두각을 보인 LLC 원재료를 조작해 20시간 동안 최대 53%까지만 분해가 가능하던 야생 효소의 능력치를 ‘10시간 내 90% 분해’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논문은 “해당 변종 효소는 (이전에 페트 분해 능력이 밝혀진) TfCut2 효소보다 98배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 ‘수일 내’ 페트 분해 효소를 발견한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팀도 LLC를 높게 평가했다. 당시 팀을 이끈 존 맥기헌 교수는 속도와 효율성, 내열성 측면에서 매우 큰 발전”이라며 “페트의 진정한 재활용을 위한 진일보라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이런 빠른 분해 속도와 높은 효율성 덕에 LLC는 업계 최초로 시장화 전망도 높이고 있다. 카르비오는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로레알과 펩시 등 대기업과 제휴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비용이 걸림돌이다. 가디언은 “업체 측은 페트병 1톤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 값어치가 새 페트병 1톤 가격의 4%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효소 첨가 전 페트병 가열ㆍ분쇄 과정에 워낙 많은 비용이 들어 실제 재활용품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 3억5,900만톤 가운데 절반에 상당하는 1억5,000만~2억톤이 매립지나 자연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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